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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간

고양이의하루

 

고양이의하루

 

 

집 밖을 나서는 길 한쪽 구석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바쁘게

어디론가 몸을 숨긴다.

 

그럴 때면 괜스레 미안해진다.

쉬고 있는데 내가 괜히 피곤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멀리 떨어져 걸어간다.

 

가끔은 촉박한 아침 시간이면 뛰기도 한다.

하루의 시작을 늦지 않기 위해서 급하게

뛰어 나가면 녀석도 급하게 도망을 친다.

순간.. 나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난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마주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밥을 잘 먹는지, 잘 자고 어디서 쉬는지, 등이

조금씩 궁금해졌다.

 

 

고양이의하루 어떻게 보낼까?

우리의 일상처럼 녀석도 정해진 하루의 시간대로

생활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때그때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그 녀석과 마주치는 것을

보면 나름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일상이 늘 비슷한 시간을 거쳐가는 것을 보면서

가끔은 지칠 때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단 생각도 든다.

그렇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고양이의 하루를 본 적이 있다.

하루의 일부를 본 것이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길냥이들을 위해서 주변에 사료나 물이 놓인 곳들이 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싸움을 보게 되었다.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존을

위한 싸움이 정말 치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인생도 저처럼 물어뜯고 할퀴는 싸움은 아니지만

치열한 싸움을 펼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단 생각을 했던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나 역시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생존을 함께

다투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너무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있겠지만

너무 맘을 내려놓고 사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잠시 고양이의하루를 보면서 내 삶을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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