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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간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머스마는 말이 많으면 안 된다.
밥상에서는 말하면서 먹는거 아니다.
머스마가 우는 거 아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많이 하셨던 말씀이다.

경상도의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가지고 계셨다.
말로는 표현을 잘하지 못하지만 자식들이 말하는 건
뭐든 다 해주려고 하시던 아버지셨다.

매일 새벽에 나가시고 밤늦은 시간에 들오시는 게
일상이셨던 아버지였다.
그러다 조금 빨리 오시는 날에는 한 손에 통닭을
사들고 오시곤 했다.

그러다 통닭말고 다음에는 햄버거를 사달라고
말을 했더니 한번 햄버거만 10개를 사 오셨다.
그것도 불고기 버거만 10개를 사오셨다.
감자튀김, 콜라는 빼놓으시고 오로지 햄버거만
사 가지고 오셨다.

그때 먹었던 그 햄버거가 얼마나 맛있던지..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가끔은 그리워 그 햄버거를 사 먹어보지만
그때의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말로 표현을 잘 하지 못하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가득하셨다.
그런 우리 아버지는 가깝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아버지와 함께 한 추억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쁘셨고
그런 과정에서 성장을 하다 보니 다가가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엔 이런 모습들이 다른 집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경험을 해보면서 느꼈다.
우리 아버지가 무뚝뚝한 편이셨다는 것을...

 


그런 모습들이 어릴적엔 불만스러웠었다.
하지만 표현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무뚝뚝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살갑게 대하고 말하려하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마도 내가 살아오면서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도 이런 모습만 보고 살았기에
무뚝뚝해진걸 아니실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적 아버지의 나이대가 되어간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더 많이 느낀다.
우리 아버지 힘든 세상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사셨던 거라는 것을...
난 점점 더 많이 느낀다.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면 당연히 해야하는 것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많은 것을 희생해야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우리 아버지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평소 아버지와 통화는 30초를 잘 넘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통화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우리 아버지 목소리를 듣고 싶다.
30초의 짧은 통화지만 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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